면역
면역이란 신체에 침입하여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요소에 대응하여 이들을 제거하고 대응하는 능력이에요. 발달된 면역계를 가진 개체는 자신을 해칠 수 있는 물질의 침입과 공격을 방어하여 그렇지 않은 개체들에 비해 생존에 유리하게 되었고, 이는 생명이 면역계를 진화시키게 하였죠.
면역계에서 항원(antigen, Ag)은 면역반응을 발생시키는 물질이에요. 이들은 대부분 생명에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균, 바이러스, 화학물질, 암세포가 포함되지만 독성이 없는 물질이나 심지어는 신체의 일부도 항원으로 인식되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알레르기는 식품, 먼지, 꽃가루 등 독성이 없거나 미미한 물질에 대하여 신체가 격렬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발생되는 질환이에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은 매우 매우 다양하지요.
자기 신체의 일부가 항원으로 작용되는 경우는 남성의 정자가 파열되어 혈관으로 유입될 경우예요. 원래 정자는 혈액과 섞일 일이 없지만 외상으로 정자가 혈액에 들어가게 되면 신체는 이들을 항원으로 인식하여 공격합니다. 그 결과 남성이 항정자항체를 가질 경우 정자를 공격하기 때문에 불임이 되고 여성 또한 자궁으로 들어온 정자를 공격하기 때문에 불임이 되지요. 여성의 경우 직접 정자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자궁 혹은 질의 상처로 유입되거나 상처를 통해, 수혈을 통해 유입되어 항체를 가질 수 있어요.
면역은 크게 선천면역과 적응 면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이 둘의 비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천면역 (innate immunity) | 적응면역 (adaptive immunity) | |
반응 시간 | 침입 후 수초 ~ 수시간 | 며칠 이상 소요 |
특이성 | 병원체연관분자패턴(PAMP), 손상연관분자패턴(DAMP)에 반응하여 비특이적 | 매우 높은 특이성 |
기억력 | 제한적으로 존재 | 기억 반응으로 다시 노출된 항원에 대한 빠르고 강한 반응 |
이 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죠.
선천면역
선천면역은 항원의 침입을 막는 과정부터 이들이 본격적인 공격을 개시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과정을 수반해요.
가장 일차적인 선천면역은 피부의 물리적 방어예요. 상피세포와 코의 점막, 체모는 항원이 몸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요. 콧물, 가래는 점액에 붙은 항원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에요.
또한 화학적 방어도 존재합니다. 소화계는 사실상 외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항원의 침입을 막기 위한 여러 방법이 마련되어 있는데 위액의 강산성은 대부분의 병원체를 살균하여 이들이 장까지 내려가는 것을 막고, 장에서는 점액과 항생물질 등을 사용하여 이들이 신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요. 또한 장 내 공생 미생물은 신체를 도와 병원균에게 유독한 물질을 내뿜기도 하지요. 그리고 항 미생물 펩타이드의 일종을 분비하여 병원체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피부, 소화계, 호흡계, 생식계 내층의 상피세포는 디펜신을, 침이나 눈물에서는 리소자임을 분비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항원이 신체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합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고 전부 확진 판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선천면역에서 이들의 침입을 막아낸 덕분이지요.
하지만 상처를 통해 항원이 유입되거나 어떠한 이유로 앞서 언급한 방어막이 뚫리면 항원은 신체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선천면역의 내부 방어가 시작되지요. 대식세포, 단핵구, 호중구, 호염구, 비만세포, 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NK 세포)들은 자신의 역할에 따라 병원체를 저지하고 필요한 경우 후술한 적응 면역을 개시할 수 있게 돕습니다.
대식세포는 항원을 인식하고 항원을 포식해요. 이로써 항원의 수를 줄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들이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고 불리는 물질을 방출한다는 것이에요. 사이토카인은 면역 단백질로써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면역반응이 촉진되도록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증식시키거나, 사이토카인이 있는 곳으로 집결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만약 감염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과도한 사이토카인 분비로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발열, 부음, 혈관 확장 등의 염증 증상이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신체가 파괴되는 현상을 말해요. 이 현상으로 체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40도를 넘기는 경우 단백질과 조직이 파괴되어 사망할 수도 있지요.
한편 침입한 병원체는 보체계(complement system)라고 불리는 또 다른 방어를 활성화해요. 활성화된 보체 단백질은 병원체 표면에서 막공격단백질을 형성하여 이온 등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요. 그 결고 병원체는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지요. 또 보체 반응은 세균을 보체 단백질로 둘러싸요. 이후 식세포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는 이를 인식하고 세포를 잡아먹지요.
한편 바이러스의 방어에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해요. 인터페론(interferon)은 대부분의 세포에서 만들어져 감염세포에 직접 작용하거나 주위의 아직 감염되지 않은 세포에게 작용하여 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 확산을 방지하지요. 인터페론은 숙주가 되는 세포의 리보뉴클리에이스(RNA의 가수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나 단백질 합성이 관여하는 단백질의 불활성화를 유도하여 세포에서 단백질 합성을 저지합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만들어낼 수 없지요. 비록 이렇게 처리된 숙주는 기능이 불완전해지지만 나중에 원상 복귀될 수 있어요.
또 자연살해세포(NK 세포)는 바이러스나 암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합니다. 이들은 식세포 작용 대신 퍼포린(perforin)이라는 단백질로 표적 세포의 막에 구멍을 내어 세포 내에서 이온이 방출되게 해요. 그 결과 세포는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게 되지요. 또 NK 세포는 프로타아제를 분비, 세포 내로 주입하여 감염된 세포를 죽입니다. 이 물질은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지요.
적응 면역
선천면역으로 처리가 힘든 수준의 감염이 항원의 침입이 발생되면 우리 몸은 적응 면역을 시작하게 돼요. 장시간 선천면역이 항원에 대응하게 되면 선천면역은 적응 면역이 시작되도록 도와주게 되고 적응 면역이 특이적이고 강력한 공격을 하게 되지요.
적응 면역에는 B세포, T세포 등이 관여해요. 이들 림프구는 림프조직에서 항원과 조우합니다. 각 B세포나 T세포는 특정한 항원에 특이적이에요. 하지만 이들의 종류는 매우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항원에 대응하는 림프구가 존재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약 1억 가지의 항원에 대응하는 BCR을 가진 B세포가 총 10조 개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들은 항원의 침입 전에 이미 몸속에 존재하지요. 항원과의 특이적인 결합은 각 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 분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B세포의 경우에는 B세포 수용체(BCR), T세포의 경우에는 T세포 수용체(TCR)이라고 해요.
적응 면역에서 공격 역할을 수행하는 물질을 항체(Ig)라고 해요. 항체는 4개의 폴리펩타이드 사슬로 되어 있으며, 그중 2개는 가벼운 사슬, 2개는 크기가 가벼운 사슬의 2배인 무거운 사슬로 되어있어요. 이들은 Y자 모양을 이루지요.
항체는 불변 영역과 가변 영역을 가지고 있어요. 불변 영역은 같은 계열의 항체에서 같은 구성을 가지지요. 하지만 Y자의 윗부분에 존재하는 가변 영역은 서로 다른 항체 분자를 다른 구성을 가집니다. 이렇게 가변 영역은 항원 부착 구역을 형성하지요.
적응 면역은 선천면역의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감염 부위에서 세균을 삼키면서 시작됩니다. 세균을 삼킨 수지상세포는 활성화되어 근처의 림프절로 이동하고 그 후에 포식한 세균은 리소좀에 의해 펩타이드로 분해되어 항원으로 작용하지요. 항원은 세포 내부에서 제2형 주조직적합성복합체(class II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제2형 MHC 단백질)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표면으로 이동되고 항원의 펩타이드 조각이 수지상세포의 표면에 전시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수지상 세포는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 APC)로 변하게 되지요.
APC는 그와 대응되는 CH4+ T세포에게 제시해요. CH4+는 T세포가 표면에 가지는 단백질의 이름이지요. CH4+ T세포가 APC에게 항원을 제시받으면 APC는 인터루킨이라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T세포를 활성화합니다. 활성화된 T세포도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는 자기 자신에게 작용하여 클론 증폭(clonal expansion)을 일으켜요. 그 결과 클론들은 도움 T세포(helper T cell)로 분화합니다.
한편 B세포는 BCR에 세균의 수용성 항원이 직접 상호작용하며 시작돼요. 항원이 BCR에 결합되면 그 결합 복합체는 세포 내로 유입되며 수지상세포와 같은 과정으로 제2형 MHC에 의해 B세포 표면에 전시되지요.
같은 항원을 인식한 도움 T세포의 TCR과 B세포의 제2형 MHC는 결합하여 도움 T세포는 B세포에게 인터루킨을 분비, B세포의 증식을 유도하지요. 그 결과 B세포는 다수의 B세포 클론을 만들어요. 이들 중 일부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하여 항체를 분비하고 다른 클론은 기억 B세포(memory B cell)로 분화하는데 이들은 수명이 매우 길에 몸속에 오래 남아 나중에 같은 항원을 접할 때 신속한 반응을 돕지요.
형질세포에서 분비된 항체는 항원의 독소를 무력화해요. 세균의 경우에는 항체가 2개의 팔(항체는 Y자로 생겼음을 기억합시다)로 두 개의 세균과 결합, 이것이 반복되어 거대한 세균 응집체를 만들어 감염의 확산을 막을 수 있어요. 또 항체는 선천면역체계의 보체계를 활성화하여 막공격단백질로 세균과 단백질을 파괴하지요. 또 항체는 식세포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더 잘 잡아먹게 해요. 식세포는 항체의 Y자 아랫부분(무거운 사슬 분자의 말단)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서 식세포는 항체가 부착된 세균,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지요.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분해하면 항원 조각은 B세포와 유사한 과정으로 제1형 MHC 단백질에 의해 세포 표면에 전시돼요. 그리고 그 세포는 APC로 기능할 수 있지요. APC는 CD8+ T세포에게 항원 조각을 보여줘요. TCR과 APC가 결합하면 CD8+ T세포는 항원을 인식하고 활성화되어 클론을 형성해요. 이들은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나 기억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되지요.
세포독성 T세포는 감염된 세포의 제1형 MHC 단백질의 항원 조각을 인식하고 퍼포린을 분비하여 감염된 세포를 터뜨리지요. 또 세포독성 T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는 퍼포린이 만든 구멍으로 세포 내부로 들어와 세포자살을 유도합니다. 감염된 세포가 파괴되면 병원체는 세포사이액으로 유출되어 항체나 식세포의 공격을 받지요. 또 일반적인 세포는 제1형 MHC 단백질을 전시하지 않지만 암세포는 이를 전시하게 되는데 세포독성 T세포는 이런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도 살상할 수 있습니다.
한 병원체는 여러 개의 항원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항원은 다른 종류의 항체를 만들지요. 따라서 한 병원체는 여러 항체에 의해 동시에 공격받을 수 있어요.
적응 면역체계는 같은 항원에게 연속적으로 공격받을 때 빠르게 반격할 수 있는 면역기억(immunological memory)이 가능해요. 항원에 처음 노출될 때 1차 면역반응(primary immune response)이 일어나고, 이 경우 항체는 3~14일 이내로 생성돼요.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2차 면역반응(secondary immune response)이 일어나 항체가 신속하게 형성돼요. 이는 새로운 B, T세포가 아닌 기억 B세포와 기억 T세포가 반응을 매개하기 때문에 따라서 소량의 항원으로도 더 많은 항체가 형성되지요. 이를 잘 응용하면 예방접종이 가능해요. 독성이 약화되거나 없는 항원을 몸 속에 주입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면 기억 B세포와 기억 T세포가 형성되어 진짜 병원체가 칩입했을 때 2차 면역반응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요.
한편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으로 능동면역(active immunity)과 수동면역(passive immunity)가 있어요. 능동면역은 직접 항체 생성 과정을 수행하여 항체를 만들고 수동면역은 다른 사람의 항체를 전달받는 경우이지요. 수동면역은 능동면역보다 빠르지만 기억 세포는 만들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요. 하지만 체내에 항체가 존재하는 동안은 중요한 방어수단이지요. 아직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은 아기나 태아는 엄마의 젖이나 태반을 통해 엄마의 항체를 전달받아 방어를 수행할 수 있어요.
면역체계의 결핍/기능 부전
면역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면역에는 면역관용(immunological tolerance)이라는 현상이 있어요. 이 현상은 B세포와 T세포가 관여하여 개체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물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해 줘요. 자기 단백질과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B세포와 T세포를 세포 자살시키거나 비활성화하는 식으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된 실험으로 외래 물질을 갓 태어난 생쥐에게 주사하여 보니 이 생쥐는 주사받은 외래 물질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일부 단백질이 결여된 채 태어난 생쥐에게 결여된 단백질을 주사하여보니 면역반응을 일으켰던 실험이 있어요.
그런데 면역관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자가면역반응(autoimmune reaction)이 일어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1형 당뇨의 발병 원인 중에는 이자의 베타세포가 자가면역반응에 의한 항체로 제거되어 인슐린 분비가 불가능해지는 원인이 있어요. 또 일반적으로는 면역세포가 접근할 수 없는 세포, 단백질이 면역세포에 노출되며 면역반응이 일어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눈의 렌즈 단백질에 상처가 생기면 B세포와 T세포에 의해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요.
한편 인체에 독성이 없는 물질에 대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병을 알레르기라고 해요. 알레르기는 면역체계가 알레르기 항원(allergen)에 과민 반응하여 일어나며, 이들은 B세포가 IgE 항체를 과도하게 생산하게 유도해요. IgE 항체는 비만세포나 호염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알레르기 항원이 세포에 결합된 IgE와 결합하면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염증을 일으키지요. 또한 활성화된 비만세포는 점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기도를 수축하게 하여 가볍게는 가려움, 두드러기, 부음 증세부터 심각해지면 과민성 쇼크(anaphylactic shock,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날 수 있어요. 폐의 기도가 수축되어 호흡곤란을 겪고(천식) 모세혈관에서 대량의 혈액이 유출되어 저혈압이 생길 수 있어요. 그 결과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요. 이를 막는 약으로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을 억제하여 기도의 수축을 막고 에피네프린은 혈관 수축, 기도 확장을 일으켜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아요.
알레르기 항원에 처음 노출되면 신체는 1차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이때는 알레르기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기억 B세포와 기억 T세포가 형성되었고, 다시 알레르기 항원이 들어오면 2차 면역반응이 일어나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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